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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도전일지/올리브영 MATE

올리브영 메이트 면접 후기 2

선발 인원 1명의 벽은 크다. 

 

극악의 티오엔 결국 운이 작용한다. 면접관의 성향이나 지원한 다른 사람들의 경력 등등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으로 판가름 난다. 어딜 내놓아도 뽑고 싶은 인재가 되면 걱정 없겠지만, 누구와 비교해도 뽑고 싶은 정도라면 알바가 아니라 정규직을 하고 있었겠지. 

 

나의 올리브영 도전기는 굉장히 험난하다. 꽃길만 있을 줄 알았는데 가시밭길이다. 가시가 많아 따끔거린다.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기도 하다. 계속 밟다가는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걸어간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비록 나이는 많지만 아직 모든 가능성이 꺾인 나이는 아니라는 신념 하나로 꿋꿋하게 걸어간다. 

 

오늘 본 곳은 몰 안에 있는 곳이었다. 매장은 생각보다 컸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게 이런 걸까 싶었다. 매장을 눈으로 보니, 반드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매장은 적당한 크기에 굉장히 깔끔했다. 화장실이 조금 미스였으나 그게 대수인가. 

 

나는 여느 때처럼 면접 시간보다 일찍 갔고 점장님이 면접을 보았다. 받았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아직 결과는 안 나왔는데 기대하지 않는다. 여기는 다음주 수요일까지 연락 없으면 탈락이라고 한다. 세상에 무슨 알바가 약 일주일을 기다려야 결과가 나온단 말인가. 이말인즉슨, 잊고 있으라는 거다. 뽑을 생각 없으니. 참고로 1월 20일에 면접봤다.)

 


  • 장단점을 포함하여 자기 자신을 소개해보세요. (나이, 학교 상황 등)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장점으로, 단점은 열의가 많아서 늘 바쁜 것이지만 이 부분은 지난 시간동안 시간 컨트롤을 해오면서 고쳐나갔다고 말했다. 

 

  • 손이 빠릿빠릿한가?

솔직히 말씀드려서 손이 빠릿빠릿하진 않다. 그러나 음식점 알바를 하면서 서빙 등을 했었다. 열심히 배우겠다. 

(지금 생각하니, 음식점 알바하면서 포스 다루고 서빙하고 재료 손질까지 했던 걸 더 어필할 걸 그랬다. 또한 교육봉사나 멘토링 하며 학습자료 만들고 학습지 나누는 것까지 했으니 손이 빠릿빠릿하다고 말씀드릴 걸 그랬다. 한다면 또 해내는 나니까.)

 

  • 우리 매장은 보시다시피 크다. 일당 120을 해야 하는 매장인데 잘할 수 있나?

잘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 극성 고객이 와서 환불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 주변 고객들이 쇼핑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우선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다.

점장님: 오, 차분하게? 

나: 맞다. 정도(道)가 돌아가지 않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장님: (웃으면서) 맞아요. 

 

  • 우리 매장은 몰 안에 있기도 하고 역 근처기도 하고 주택가 근처라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오신다. 잘 응대할 수 있겠나?

멘토링이나 교육봉사를 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응대했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생각하니, 음식점 알바나 콜알바를 하면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났었다고 말씀드릴 걸 그랬다.)

 

  • 목소리가 작다. 크게 말할 수 있나?

지금은 좀 떨려서 그렇다고 했다. 

 

  • (올리브영데이나 올영세일 말씀드렸더니) 왜 이렇게 잘 아는가? 

올리브영에 원래 관심이 많아서 제가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것들이다. 그리고 올리브영 온라인 어플, 올영TV 등도 챙겨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 (윗 질문과 이어서) 잘 아는 걸 보니 다른 곳도 지원했나 보다. (내가 살짝 당황하니) 솔직하게 말해라. 어디어디 지원했는가. 

지원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거기도 안다고 하셨다. 또 말하래서 다른 곳도 연락이 왔다고 말씀드렸다. 

(심지어 한 곳은 면접 탈락했고 다른 곳은 내일 면접인데 모든 패를 까인 기분이라 찝찝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린 게 잘한 걸까 싶다. 만약 다른 곳에서도 이 질문을 한다면 그만큼 올리브영에서 꼭 일하고 싶고 절 알아봐 준 지점에 헌신하겠다고 말씀드려야겠다.)

 

  • 우리 매장은 혼자서 일해야 할 수도 있다. 직원처럼 잘할 수 있겠는가?

잘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 출근 몇 분 전에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15분 전이라고 말씀드렸다. 이전 알바에서 청소하고 전날 문제 인수인계도 받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다. 다만 사장님은 정시에 오라고 하셨지만 10분 전에 갔다고 말씀드렸다. 

 

  • 만약에 바로 투입되어야 한다면 잘할 잘할 수 있겠는가? (혼자서 잘할 수 있겠는가?)

교육을 하고 투입되는 거냐고 여쭤보았고 그렇다고 하셔서 자신있다고 말씀드렸다. 

 

  • 오픈은 성실한 게 중요하다. 잘할 수 있나?

개근상 콜렉터였다고 말씀드렸다. 

 

  • 이력서를 보니 오래 근무한 알바가 없는 것 같은데?

3개월이 짧다면 짧다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그간 매일 평일에 근무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음식점 알바) 그리고 과외의 경우 꾸준히 주말에 일했다. 시험 기간이면 평일에도 도움을 줬었다. 

(지금 생각하니, 주말이기에 끈기 있게 했던 일이 많았다고 말씀드릴 걸 그랬다.)

 

  • 얼마나 근무할 수 있나?

6개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여기서 완전 어리바리함) 올리브영 1순위로 두고 있다. 여길 꼭 하고 싶다. 


사실 질문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역시나 속상하여 제대로 정리가 되질 않는다. 

 

그래도 이번 면접에서 나아진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눈웃음은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거울을 보지 않았으니 내 얼굴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어도 내가 눈웃음을 지어야 한다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면접을 보고 탈락 소식을 들으면 세상을 잃은 것처럼 자존감이 떨어졌는데 이젠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나는 돈 주고 못 할 경험을 한 것 아닌가? 평소에 내가 바쁜 점장들에게 모의면접 봐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그러니 나는 귀한 경험을 한 것이다. 

 

그래. 첫 번째 면접에서는 내가 눈웃음을 잃었다는 걸 알고 이번 면접에서는 눈웃음에 집중했다. 이번 면접에서는 목소리가 작았다는 걸 지적당했으니 다음 면접에서는 의도적으로 조금 더 좋게 발성해야지. 이렇게 발전하는 거다. 

 

 


 

그런데 참,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까. 참 팍팍하다. 일본 청년들은 취업 걱정 없다는데 왜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은 걸까. 

 

팍팍한 사회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이 답답함도 얼른 벗어던지고 싶다. 

 

올해 나는, 누가 봐도 뽑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2번의 면접들로 '웃음과 목소리'의 중요성을 절감했으니 훨씬 더 의도적으로 노력해야지. 세상에서 살고 싶으면 세상이 원하는 모습을 어느 정도 내 자아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 

 

그간 공식적인 말하기를 할 일이 없었다 보니 이렇게 부딪히며 배워가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면접을 꼭 붙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심문 과정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자. 실제로 나는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시간을 아까워 말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임하자. 

 

그러니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내일 면접을 준비해야지. 내일 면접은, 주휴수당을 안 주려고 일부러 법정 기준보다 살짝 미달되게 근무 시간 책정한 곳이니 경쟁률이 낮지 않을까 싶다. 휴우, 젊음을 바쳐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이런 곳에서라도 배워야 되지 않겠는가. 

 

이번 주 내내 면접 보느라 수고했다. 나 자신. 내일 한 발 남았다. 화이팅.  

 

 

 

P.S.

오늘 본 면접관(점장님)은 대장부 스타일이었다. 굉장히 호탕하고 목소리 크시고 분위기를 휘어잡는 스타일이셨다. 

이전 면접관(점장님)이 체격이 여리여리하고 똑 부러지는 깍쟁이 스타일인 것과는 결이 다른 분위기다. 

 

역시 같은 브랜드여도 사람의 결은 모두 다르다. 신기.